사찰 이야기 · 원전 인용
병중에 쓴 현판
김정희(추사)
봉은사 판전 현판의 낙관 (1856)
七十一果病中作 — 일흔한 살 과(果)가 병중에 쓰다.
1856년, 일흔한 살의 추사 김정희는 봉은사 판전에 걸 현판 '板殿' 두 글자를 썼습니다. 판전은 그해 새긴 《화엄경》 목판을 비롯한 여러 경판을 보관하는 건물로, 이 현판은 화엄경판의 완성을 기리려 쓴 것으로 여겨집니다. 유배에서 풀려난 뒤 과천과 봉은사를 오가며 지내던 그는 글씨를 '七十一果病中作', 곧 일흔한 살의 과(果)가 병중에 썼다는 낙관으로 마무리했는데, '과'는 노년의 별호를 줄인 것입니다. 김정희는 그해 세상을 떠났는데, 이 현판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쓴 것이라고 전합니다. 꾸밈없이 어리숙해 보이는 이 필치를 흔히 '동자체'라고 부릅니다. 판전 앞에서 소박한 두 글자와 병중의 낙관을 찾아보세요.

